심영숙의 좋은 땅 / '진심을 담다'
장영희 교수님의 글 중에서 한 예화를 옮겨봅니다.
「거센 폭풍우가 지나간 바닷가에 폭풍우로 밀려온 불가사리들이 백사장을 덮었다고 합니다. 한 어린 소년이 불가사리를 바다로 던지고 있었습니다. 지나가던 남자가 소년에게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느냐고 물으니까, 이제 곧 해가 뜨면 불가사리들이 죽게 될 테니까 하나씩 바닷속으로 던져 넣는다고 했습니다.
남자는 크게 웃으며 해변에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불가사리들이 있는데 네가 하는 일이 도움이 되겠느냐고 소년에게 물었습니다.
잠시 생각에 잠긴 소년은 다시 불가사리, 한 마리를 바닷가로 던지면서 “적어도 제가 방금 바닷속으로 던진 저 불가사리에게는 도움이 되었겠지요”라면서 미소를 지었다고 합니다.」
얼마 전 복지관에서는 갓 낳은 새끼 고양이 5마리를 두고 엄마가 사라졌습니다. 직원들이 달라붙어서 새끼 고양이를 살린다고 우유를 먹이고, 퇴근할 때는 혹시 저녁에 엄마 고양이가 돌아올지도 모른다고 밥까지 옆에 두고 갔습니다. 다음날 어미가 새끼 한 마리만 물어가고 나머지는 버려두었습니다. 나머지 4마리를 살린다고 직원들이 온 정성을 쏟았지만 결국은 다 죽고 말았습니다.
매년 7월이면 발달장애인 캠프를 2박3일 떠납니다. 취학 전 장애아동부터 성인에 이르기까지 3백 명이 넘는 식구들이 다녀왔습니다. 출발 전부터 눈물바다였습니다. 난생처음 3일을 집 밖으로 보내야 하는 취학 전 장애아동의 엄마는 어떤 마음일까요? 맨날 며칠을 걱정하시면서, 보내야 하나 말아야 하나, 무엇을 준비해서 보내야 하나.
가방 가득 짐을 싸 들고 왔지만, 막상 짝꿍 봉사자에게 설명은 해야 하는데 어디에 뭐가 있는지, 머리에는 온통 아이 생각뿐인 엄마는 그저 울먹울먹할 뿐입니다. 부족한 자식을 누구에게 맡기는 것도, 내가 없는 공간에서 아이가 잘 견딜 수 있을까? 엄마의 얼굴을 옆에서 지켜보는 내내 자꾸만 눈물이 납니다.
우리, 모두는 생명을 살리는 일을 합니다. 무더기 불가사리 중에 한 마리이지만, 다섯 마리 고양이 중에 한 마리지만, 삼백 명의 식구 중에, 한 명이지만 그 하나에 진심을 담아보고 싶습니다. 너무 부족해서 아프지만, 하나에 진심을 담고 최선이라는 명찰을 걸다 보면 모두가 되겠지요.
한 해가 저물어 갑니다.
한 생명을 살리시기 위해 아기 예수님이 이 땅에 오신 성탄의 계절입니다.
되돌아보면 교통사고 이후, 여러 차례 죽음의 고비를 넘겼습니다. 살 확률이 50%도 되지 않는다는 의사의 판단이 있었음에도, 오늘을 살아가게 된 것은 은혜입니다.
모두가 부족한 것뿐이지만, 함께 해주신 사랑이 있었기에 또 한해를 거뜬이 이겨냅니다. 받은 사랑 나누면서 살아야 하는데 죄송하고 부끄러운 연말을 또 보내고 있습니다. Merry Christma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