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영미 칼럼 / ‘덕질’
‘덕질보험’이라는 성격의 보험 상품이 얼마 전에 나왔다. 유명 연예인의 콘서트 티켓이나 포토 카드 등을 포함한 각종 거래 후 사기를 당하면, 어느 금액까지 보장하는 내용으로, ‘1일 1000원’ 등 여행자 보험처럼 하루 단위로 들 수 있다는 것이다.
요즘 흔히 유행하는 ‘덕질’이란 낱말이 무엇을 의미하는가를 찾아보았다. ‘어떤 분야를 열성적으로 좋아하여 그와 관련된 것들을 모으거나 파고드는 일’이라고 정의되고 있다. 어떤 가수를 매우 좋아하여 그 사람의 콘서트는 아무리 먼 지역이라도, 아무리 비싸도 공연 표를 사서 구경하는 일, 어느 프로야구팀을 열성적으로 좋아하여 그 팀이 하는 경기는 꼭 현장에서 응원하는 일 등이다. 이와 같이, ‘덕질’은 주로 “특정 분야나 대상을 매우 좋아하고, 이에 대해 깊이 있는 애정을 갖고 응원하거나 활동하는 것”이다. 특히 팬 문화에서 자주 사용되는 단어이고, 애니메이션, 게임, 만화, K-POP 아이돌 등 다양한 분야에서 그 의미를 급속도로 확장하고 있다고도 한다.
그런데 요즘 이런 뜻의 ‘덕질’은 단순히 어떤 대상을 응원하고 소비하는 활동만을 의미하지는 않는 것 같다. 그 대상과 관련된 모든 상품의 수집, 관련된 모든 커뮤니티 활동 등 다양한 방식으로 관계를 더욱 깊게 하는 행위를 의미하는 것으로 폭을 넓히고 있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덕질’이 정도에 지나치다는 평가도 있지만, 최근에는 일반적으로 긍정적인 의미로 받아들여지고 있고, 팬들 간의 유대감을 형성하고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데에도 도움을 주는 활동으로 여겨진다는 사람들도 많은 것 같다. 또 팬들은 ‘덕질’을 통해 창의적인 작업을 하고, 때로는 그 분야에서 전문가로 성장하기도 한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그래서 ‘덕질’은 단순한 취미를 넘어서, 사람들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요한 활동으로 자리 잡고 있다.
‘덕질’을 하는 사람을 뜻하는 ‘덕후’라는 말도 있다. ‘덕질’의 어원이, 일본어 ‘오타쿠’에서 유래한 것으로, 원래는 ‘자신의 취미나 관심사에 지나치게 몰입하는 사람인데, 이 단어가 우리나라로 전파되면서 ‘덕후’라는 표현으로 변형되었는데, ‘덕질’은 바로 ‘덕후’가 하는 활동을 의미하게 되었다고 한다. 초기에는 게임, 오락 등 특별한 분야에 ‘과도하게 몰입하는 사람’ 또는 사회성이 부족한 상태로 집 안에 갇혀서 특별히 한 분야에 도취해 있는 부정적인 의미가 강했다고 한다. 그러나 1990년대 이후부터 점차 의미가 확장되어 특정 취미를 매우 강하게 좋아하는 사람, 단순히 좋아하는 정도를 넘어선 특정 분야의 전문가적인 지식을 가진 사람이라는 긍정적 의미를 담게 되었다고 전해진다.
지금은 그 의미를 더욱 넓혔다. 커피 덕질, 아이돌 덕질, 자동차 덕질, 축구 덕질, 가방 덕질, 장난감 덕질 등 다양한 분야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단순히 좋아하는 것을 즐긴다는 행위를 넘어선, 매우 깊숙하고 다양한 고유함을 가지게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 분야에 깊이 있게 빠진 사람이 그 분야에 대한 전문성을 쌓아가는 과정이기도 한 것이다. 그래서 이제는 자신의 관심사에 전문적 열정을 쏟는 것이, 개인의 차별성과 경쟁력이 될 수 있다면, ‘덕질’은 그 자체로 개인의 장점이 되기도 하고, 때로는 독특한 직업으로 변화하기도 한다.
그렇다고 사회적으로 ‘덕질’에 대한 우려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상식에 지나쳐서 주변 사람의 비난을 불러오는 경우가 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 자신의 관심거리에 대한 특별한 애정으로 보통 사람보다 더 몰입하고 다른 사람들보다 더 애정을 쏟을 수는 있지만, 자신만의 즐거움을 위해 주변 사람들의 이해를 벗어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어쨌든 ‘덕질’ 문화에 대해 보다 바람직한 역할을 바라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특정 분야에 대해 깊은 지식과 애정을 가진 사람을 의미하는 ‘마니아(Mania)’나, 특정 인물이나 단체를 좋아하고 지지하는 사람을 말하는 ‘팬(Fan)’, 특정 분야에 대한 깊은 지식을 가진 ‘애호가(Aficionado)’보다 최근 많이 언급되는 ‘덕질’이 갖는 말이, 많은 사람의 시선을 끌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그래서 앞으로 ‘덕질’이라는 문화를 통해, 단순한 취미 생활이 아니라 사회적, 경제적으로 올바른 영향을 미치고, 그들 자신이 사랑하는 콘텐츠를 통해 바람직한 사회적 연결망을 바르게 만들어가고, 직접적으로 경제적 공헌을 할 수 있는 채널이 마련되었으면 한다. 그래서 각자의 분야에서 더 많은 사람들과 소통하고, 다양한 문화가 올바른 방향으로 융합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