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찬곤 칼럼 / ‘덕업일치(德業一致)’

2025-07-14     뉴스메이트(newsmate)
            김찬곤 / 시인 경북과학대학교 교수

‘知之者 不如好之者, 好之者 不如樂之者’라는 말이 논어에 나온다. “어떤 일을 하는 방법을 아는 자는 좋아하는 자만 못하고, 좋아하는 자는 즐기는 자만 못하다.”는 뜻이다. 그러니까 어떤 일을 즐기면서 하는 것이 가장 좋다는 의미다.

이는 ‘德業一致’를 말한다. ‘덕(德)’은 단순한 덕이 아니라 자신이 좋아하는 일로, ‘취미’라는 단어로 이해해도 될 듯하다. ‘업(業)’은 ‘직업’이다. 자신의 경제적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평생 하는 일이다. 그런 ‘덕(德)’과 ‘업(業)’이 일치하는 일을 하는 것이야말로 얼마나 다행한 일인가. 그 때문일까. ‘Hobby to job 족(族)’이라는 말이 요즘 젊은 층에서 은근히 많이 인용되고 있다. 취미로 시작한 일이 자신의 직업이 되거나, 직업까지는 아니더라도 많은 수익을 만들어 내는 사례에서 이 말이 자주 인용되고 있고, 어떤 책에서는 여행이나 요리, 사진 등에서 재미 삼아 틈틈이 해 온 일들이 직업인으로서 성공을 거두었다는 것을 여러 사례로 소개하고 있기도 하다.

위의 논어 글귀에 세 사람이 등장한다. ‘지지자(知之者)’와 ‘호지자(好之者)’ ‘낙지자(樂之者)’다. ‘지지자(知之者)’는 무엇을 알고 있는 사람이다. 일을 할 때, 자신이 하는 일을 알고서 한다면, 모르고 하는 일보다는 만족감을 더 얻을 것이다. 그러나 알고 하는 일이라도 그 일이 좋아서 하는 것이 아니라면 얘기는 달라진다. ‘호지자(好之者)’가 ‘지지자(知之者)’보다 우위인 까닭이다. 그러나 아무리 그 일을 좋아한다 해도 그 일로부터 진정한 즐거움을 얻지 못한다면 다소 아쉬움이 있다. 그런 아쉬움을 뛰어넘을 수 있는 것이 ‘낙지자(樂之者)’다. 하는 그 일이 취미가 아니라 직업이라면 그 사람은 가장 복 받은 사람이다. 일의 귀천이나 보수의 크기가 문제가 아니라 이미 그 일로부터 ‘즐거움’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어떤 일을 단순히 알고 하는 것은, 그 일을 좋아서 하는 사람보다는 못하다는 것이고, 아무리 그 일을 좋아서 한다지만, 진정한 즐거움을 느끼는 사람보다는 못하다는 것 또한 자연스럽게 이해된다. 그래서 어떤 일이 그 자체로 자신에게 즐거움을 주는 것, 즉 ‘德業一致’가 최고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德業一致’는 수많은 사람들이 소망하는 꿈이지만 실제로 이루기는 힘든 것이 현실이다. 취미를 즐기는 정도가 아니라 자신의 평생 직업으로 삼을 수 있는 일을 만난다는 것이, 그렇게 만만하지 않기 때문이다. 취미는 본인 스스로 만족감을 가지면 그만이고, 싫증을 느끼면 잠시 쉬었다가 다시 즐길 수가 있는 여유가 있다. 그러나 취미가 아닌 자신의 평생 직업이 되는 순간부터 책임감이 따르고, 실수가 용납되지 않으며, 경제적 보수와도 연결되어 있으니 저절로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취미로 즐길 때는 자의적 ‘하고 싶은 것’이었지만, 직업이 되는 순간부터는 ‘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 되는 강압성이 뒤따르기도 한다.

그래서 ‘德業一致’는 말처럼 결코 쉬운 것이 아니며, 따라서 현실적으로 직장은 그저 생계 수단으로 삼고, 취미 생활은 따로 즐기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 어떤 경우에는 ‘德業一致’를 이루더라도 취미와 업무가 별개라는 것을 구분하지 못함으로써 행복감을 잃어버리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자기 일을 좋아하고 즐길 수 있도록 세심히 신경 써야 함은 당연하다. 현실적으로 표현하여 취업하기 힘든 세태에서 무슨 배부른 소리를 하느냐고 할지 모르지만, 그래도 자신의 진정한 행복을 추구한다면 다소의 시간을 요구하더라도 ‘德業一致’를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진심으로 자신이 좋아하며 그 일로 즐거움을 느끼면서 돈을 번다는 것은, 그 어떤 다른 것으로 대체하기 어려운 삶의 행복 조건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한 최근의 여러 연구도 있다. 소위 성공한 삶에는 선천적으로 타고난 재력이나 재능도 한몫하지만, 자신의 노력 역시 유의미하게 중요하다는 것이다. 일에 대한 열정과 의욕은 천재적 재능 이상으로 중요하다는 것인데, 그런 열정과 의욕은 본인이 그 일에서부터 ‘즐거움’을 얻을 수 있을 때 가능하다는 것이다.

어느 글에 따르면 2010년대 이후로 우리나라에서도 ‘德業一致’로 성공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서서히 학벌의 영향이 줄어들고 개인의 역량이 중요시되는 시대가 도래하다 보니 이런 일이 특별사례가 아닌 일반적 경우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분위기가 되었다는 것이다.

우연히 선택한 일에 흥미를 느끼고 ‘德業一致’가 되는 경우가 간혹 있긴 하다. 학비를 벌기 위해 조교 일을 하다가 교수가 된다거나, 방송사 세트 설치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정규 직원이 된다거나 하는 경우다. 그러나 어렵게 들어간 첫 직장의 이직률이 우리가 생각하는 이상으로 높은 이유는 ‘德業一致’라는 덕목을 아예 처음부터 고려하지 않은 결과가 아닌가 생각한다. 그런 사람들에게 늦게나마 전할 수 있는 말은 ‘그 일로 자신이 얼마나 즐거운가를 먼저 생각해 보라’고 하고 싶다. 진정한 ‘낙지자(樂之者)’가 되기 위한 준비를 하자고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