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영미 칼럼 / 우리가 모르고 있는 것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모르고 있으면서 가끔은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내가 알고 있는 것이 진리인 양 다른 사람에게 주장하기도 하고, 다른 사람은 또 나에게 그의 주장을 전달해 와 언쟁이 생기기도 한다. 그럴 때 필자는 상대방이 나중에 사실을 알게 되겠거니 하고 그 순간을 외면하기도 하지만, 순간적으로는 내가 알고 있는 것을 상대방이 알아주지 못하여 억울한 기분이 들 때도 많다.
개미에 대한 숨은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개미가 일렬로 이동하면 비가 내리고, 사방으로 흩어져 움직이면 날씨가 좋다”고 한다. 단순한 하나의 재미있는 꾸며낸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진짜 그렇다고 한다. 원래 개미의 행동은 기상의 변화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들어왔지만 이렇게 구체적인 사례를 본 적이 없어, 처음에는 그럴 수도 있겠거니 단순히 넘겼다. 그 이유를 자세히 알아보니 이건 과학적 근거가 있는 ‘진리’였지만, 나는 모르고 있었던 사실로, 다른 사람이 그걸 필자에게 말했다면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할 뻔했다.
개미의 활동은 먹이를 찾는 일이 대부분이며, 개미들이 그런 활동을 한 후 자신의 집으로 돌아갈 때, ‘페로몬’이라는 화학물질을 분비한다고 한다. 앞의 동료 개미가 ‘페로몬’을 남기면, 뒤에 있는 다른 개미도 그걸 따라 앞으로 가기 때문에, 일렬로 행진하는 모습이 생긴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페로몬’이라는 물질은 휘발성이 유독 강하여 금방 공중에 증발해 버리는 특성이 있다고 한다. 그러니까 날씨가 맑고 건조할 때는 ‘페로몬’의 증발 속도가 빨라 뒤따르는 개미들이 앞 개미가 분비한 ‘페로몬’을 찾을 겨를이 없어 사방으로 흩어지고, 비가 올 날씨에는 ‘페로몬’의 증발 속도가 느리므로 앞의 개미가 분비한 ‘페로몬’을 따라 움직이므로 저절로 일렬이 된다는 것이다. 즉 비가 오기 전 공기 중 습도가 높을 때 ‘페로몬’의 휘발이 맑은 날보다 상대적으로 서서히 되므로 앞 개미가 남긴 ‘페로몬’이 더 오래 유지되어 많은 개미가 일렬로 질서 있게 이동한다는 설명이다.
한편, 우리는 그 심각성을 잘 모르면서 알고 있다고 착각하면서 무심하게 넘기고 있는 것도 많다. 아프리카의 한 해변에서는 돌고래 몇백 마리가 죽은 채 해변으로 밀려왔다는 뉴스가 그렇다. 그 원인이 무엇이냐에 대해서 사람들은 자신의 아는 것만 심각하게 논의하는 것 같다. 왜냐하면 그 결과를 놓고 돌고래 우두머리가 방향성을 상실해 그 무리가 해안선으로 잘못 밀려와 대부분이 죽었을 것이라는 정도로, 우리들은 현재 알고 있는 지식의 범위 내에서 해석한 것이 전부이기 때문이다.
또 이는 몇 년 전부터는 동물의 떼죽음이 과거와는 달리 늘어나는 폭이 점점 커지고 있다고 걱정을 덜어주지 못한다. 그 원인을 분석하는 과정에서도 사람들이 알고 있는 범위 내에서 자신의 주장을 상대방이 받아들여 주기를 바라면서 논쟁을 벌인다. 대부분 질병이나 독성 화학물질 등 여러 복합적인 원인이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는 게, 전문가들이 내놓는 해석일 뿐이다.
그래서 필자는, 조류와 물고기 그리고 바다 생물의 생태적 변화가 더 빈번해지고 있다는 요즈음, 질병이나 지진이나 산불과 같은 재난, 기상 이변, 그리고 야생동물의 서식지가 아예 사라지거나 먹이가 부족해지는 이차적 피해까지 포함하여, 생물들의 떼죽음은 어쩔 수 없는 시대적 산물이라는 전문가의 해석도, 우리가 모르고 있는 그 어떤 것을, 놓친 결과는 아닐까 하고 생각한다.
그래서 돌고래의 떼죽음만 하더라도, 어떤 사람은, 폐수로 인한 해양의 오염, 농약의 대량 살포나 여러 가지 미세플라스틱 오염 같은 것을 원인이라고 주장하기도 하고, 또 어떤 사람은 수중음파탐지기를 사용하는 군사훈련으로 해양 동물들이 감각을 잃게 되었기 때문이라 자신의 주장을 강조하고 있다.
우리는 일상생활에서도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이 전부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얼마 전 SNS를 달구었던 ‘금주’ 사례에서도 그렇다. 어린이집 교사가 원생 알림장에 ‘금주 행사’라고 적었다가, 한 학부모에게 심한 항의를 받았다는 것이다. 그 학부모는 ‘금주’를 ‘술을 금한다는 뜻의 ‘금주(禁酒)’로만 이해했고, 그가 알고 있는 것을 근거로, 어린아이한테 왜 술을 먹지 말라는 금주 행사를 하느냐고 항의했다는 것이다. 이번 주를 의미하는 ‘금주(今週)’를 생각하지 않고 한 주장이다. 내가 알고 있는 것만이 맞다는 잘못된 확신으로 보인다.
우리는 아는 것보다, 모르고 있는 것이 훨씬 많은 세상에 살고 있다. 그래서 우리가 모르고 있는 것에 대한 되돌아봄과, 내가 모르는 것에 대한 조심성이나 내가 틀릴 수 있다는 겸손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