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영미 칼럼 / ‘코딩(coding) 수업’

2025-09-22     뉴스메이트(newsmate)
                                       윤영미 / 프리랜서 강사

얼마 전 필자는 학생들에게 코딩 수업을 한 적이 있다. 한두 시간의 특강이 아니라 일주일 2시간씩 총 8차나 되는 장시간의 강의였다. 무엇이든 의욕적으로 대처하는 성격이어서 아무리 어려운 내용도 잘할 자신감이 있었기 때문에, 조금 힘들 수 있겠다는 생각은 들었으나 이런 주제가 요즘 대세라 기대와 설렘이 컸다.

그런데 막상 가르쳐야 할 내용을 살펴보니 학생들에게 이해시켜야 할 부분이 너무 많아 당황하였다. 우선 필자가 그 내용을 이해하고 있다 하더라도 학생들에게 어떻게 효율적으로 전달하느냐가 더 어렵게 느껴졌다. 또 다른 수업도 마찬가지지만 특히 ‘코딩’은 먼저 알아야 할 게 있고, 이를 응용하여 그다음을 연결하는 원리가 주를 이루는데, 성과물 완성에 비해 수업시수가 한정되어 있어서, 먼저를 생략하고 나중을 가르쳐야 할 때가 있을 텐데 그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가 걱정이 되었다.

어쨌든 계획된 수업은 무사히 마쳤다. 그러나 내용의 난이도를 생각했을 때, 수업 후 성과물은 대체로 잘 완성하긴 하였지만, 과연 내가 학생들에게 그 짧은 시간에 ‘코딩’을 잘 이해하도록 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한편, 요즘 과학 교육의 흐름에서 빠지지 않는 키워드 중 하나가 바로 ‘코딩’임을 생각하면,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하나의 신학문 영역이었던 것이, 이제는 중요한 시대적 과제로 부상했음을 실감하고 있다. 더구나 최근에는 온라인이라는 편리성이 더해지면서 시공간의 제약 없이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다는 매력이 부상되면서 요즘 ‘코딩’ 교육은 단순히 프로그래밍을 넘어서 창의력과 문제 해결 능력을 키우는 교육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느낌이다.

이런 시대적 흐름 속에서 필자가 이번 ‘코딩’ 수업으로 느낀 점은 단순히 이 분야의 호기심 자체가 아니다. ‘코딩’은 우선 단순히 컴퓨터 코드만 배우는 게 아니라, 실제 작동하는 로봇을 조립하고 움직이게 하는 과정까지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분명히 맞게 프로그래밍 되었다고 생각하는데, 작동이 의도대로 되지 않는 경우가 많고, 이럴 때는 그 과정 전체를 다시 처음부터 살펴보아야 하는 번거로움이 따르는 특성이 있다. 그래서 필자는 수업의 방식을, 어떤 사례에 따라 그 순서대로 짠 코드를 통해 로봇이 반응하는 걸 보는 것으로 나름대로 원칙을 정하였다. 또 로봇이 제대로 반응할 때, 필자는 학생들과 함께 기쁨을 공유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런 성취감을 맛보기 위해서는 ‘코딩’ 자체가 정확해야 한다는 것을 새삼 깨닫도록 하기 위함이다.

‘코딩’은 정규 교육과정에서 많은 시간을 들여 가르쳐야 하는 논리 정연한 것인데, 이것을 며칠 만에 로봇을 움직이게 하는 고도의 집중력이 필요하며, 그런 몰입도가 논리적인 사고와 창의력을 동시에 키우는 과정이라는 것을 체험한 것이다. 원래 로봇은, 그 부속에 해당하는 여러 가지 구성 요소들을 통제하고 마음대로 움직이게 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 성패는 바로 ‘코딩’을 얼마나 잘하느냐에 달려 있다.

이런 교육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사람도 많다. 이 분야 확산 발전 속도가 지나치게 빨라 지금 준비하여 교육활동을 하더라도 얼마 가지 않아서 최신의 것에 밀려 나가거나 아예 자취를 감춰버리는 경우가 있을 것이라는 이유다. 이와 관련하여 어떤 사람은 지식의 유통기한이 급격히 짧아지는 상황에서 무언가를 학습한다는 것은 낭비이므로, 학습하는 방법을 익히면서 여러 학문의 융합적 접근법을 익히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미래의 학문에 대한 직관과 통찰, 비판적 사고력을 길러야 한다는 의미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새로운 방법을 이해하는 능력을 함양하는 것이야말로 미래 교육의 성패를 좌우하는 핵심 요인이라는 것이 필자의 주장이다. 요즘 인생의 성공은 코딩에 달려 있다고 하는 말이 이상하게 들리지 않을 정도이니, 우리나라 교육의 큰 방향이 이를 받아들여야 한다는 데는 이의가 없지만, 그렇다고 너무 속도가 빨라 그에 따른 부작용도 함께 걱정해야 한다.

필자의 그동안 많은 수업 중, 이번 코딩 수업은 그래서 매우 큰 의미가 있었다. 코딩의 원래 목적 달성을 위해 자기 주도적 학습 능력의 향상을 도모하고, 단순한 프로그래밍 실력만이 아니라, 사고력 · 창의력 · 문제 해결이라는 종합적 능력까지 두루 효율적으로 갖추도록 다 같이 관심을 가져야 함을 깨닫게 해주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