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영미 칼럼/ ‘피그말리온 효과’

2025-10-20     뉴스메이트(newsmate)
                                       윤영미 / 프리랜서 강사

우리는 “말이 씨가 된다”는 속담을 잘 알고 있다. 농사를 위해 농부가 씨앗을 뿌리면 그것이 싹트고 자라 추수를 할 수 있듯이, 말이라는 것도 한번 입 밖으로 내뱉으면 그것이 씨앗이 되어 그 말의 결과를 가져온다는 뜻이다. 자기가 한 말이 실제로 현실에서 이루어질 수 있으니, 말을 할 때 신중하게 하라는 교훈이 담겨 있다.

이 속담은 말의 영향력과 책임을 일깨워준다는 측면에서 교훈적이다. 부정적인 말이나 남을 해치는 말을 하면, 그것이 씨앗이 되어 결국 자신에게 돌아온다는 의미가 들어있기 때문이다. 대부분 남의 말을 함부로 하면 좋지 않은 결과가 자신에게 돌아올 수 있으며, 긍정적이고 좋은 말을 하면, 좋은 결과를 불러올 수 있음을 암시하는 뜻으로 말의 중요함을 되새기게 한다. 결국 말이 씨가 되므로 좋은 씨앗을 심어서 좋은 열매가 맺히도록 하자는 취지의 격언이다.

또 이것은, 말이 마침내 사실대로 될 수도 있음을 의미하는 것으로, 의식하지 않고 말한 게 실제로 일어나게 될 수 있으니 항상 조심하라는 뜻이다. 말은 한 번 말하면 다시 주워 담을 수 없는 만큼, 말하기 전에 한 번쯤은 생각해 보는 신중함을 지니라는 가르침을 준다.

최근 피그말리온(Pygmalion)이라는 단어를 알게 되었는데, 이 말이 곧 ‘말이 씨가 된다’와 상통한다. ‘피그말리온 효과’는 무엇인가에 대한 믿음, 기대가 실제로 현실에서 일어나는 경향을 말하는데, 1964년 미국 하버드대학교의 교육심리학자에 의해 실험으로 증명되었다고 한다.

원래는 심리학에서 하나의 실험으로 학생들에게 쥐를 통한 미로찾기 실험을 시켰는데, 그 결과 쥐가 미로를 잘 빠져나오는 그룹과 그렇지 못한 그룹, 두 그룹 간의 차이를 발견할 수 있었다고 한다. 전자는 학생들이 정성을 다해 쥐를 키운 반면, 후자는 쥐를 소홀히 취급했다는 차이가 있었다. 이에 대해 실험자는 쥐에 거는 기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고 생각하여, 이를 기본으로 ‘교사와 학생 간에도 이와 같은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하고 생각하게 되었는데, 실제로 그런 현상이 증명되었다는 것이다.

실제 미국의 한 초등학교에서 ‘돌발성 학습능력 예측 테스트’라는 지능 테스트를 하면서, 학급 담임에게는 앞으로 수 개 월간에 걸쳐 성적이 오르는 학생을 산출하기 위한 조사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실제 이 테스트는 아무런 의미 있는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 그러나 무작위로 뽑은 아동의 명부를 학급 담임에게 보여주고, 명부에 기재된 아이는 앞으로 성적이 향상될 학생이라는 말을 해주었다. 그 후, 학급 담임은 그 아이들의 성적이 향상될 것이라는 기대를 품었고, 놀랍게도 그 아이들의 성적은 실제로 향상되었다는 것이다. 학급 담임이 아이들에게 무심코 한 말이 성적 향상의 원인이었다는 놀라운 실험 결과다. 교사나 아이들이 모두 ‘성적이 향상될 것’이라는 말을 듣고 이를 의식하였기 때문에, 성적이 향상된 것이라는 해석이다.

‘피그말리온’이라는 명칭은 그리스 신화 속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피그말리온’은 자신이 조각한 여성상을 진심으로 사랑하게 되었고, 이를 지켜본 미의 여신이 그의 소원을 들어주어 조각상을 인간으로 만들었다. 사랑이라는 믿음이 조각상을 인간으로 만들어낸 것이다.

물론 이 ‘피그말리온 실험’을 둘러싼 비판도 있었다. 실험에 참가한 교원은, 실험 때 명부를 대충 한 번만 살펴보았다는 둥, 명부에 기재된 아이들의 이름은 기억하지 않았다는 둥, 이 주제의 재실험에서 피그말리온 효과는 극히 일부만 인정되었다는 둥 여러 가지 이유 때문이다. 또 ‘피그말리온’ 효과는 교육에 종사하는 사람의 소양으로써 설명되어야 하며, 학습자 스스로 공부 의욕이 크게 좌우한다는 주장도 있었다.

그러나 필자는 ‘피그말리온’ 효과에 대한 믿음이 크다. 왜냐하면 사람이 다른 사람들로부터 큰 기대를 받는 경우, 기대에 부응하는 사람이 되고자 노력하고, 기대 충족에 필요한 조건을 내재화시키게 되며, 이러한 노력은 결국 긍정적 효과로 나타나게 된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필자가 학생들에게 과학실험 강의를 할 때마다 ‘잘할 수 있다’는 믿음을 준 학생 그룹은, 그렇지 않은 그룹보다 실제로 ‘잘하였기 때문’이다. 구체적 정보가 전혀 없었는데도 잘할 것이라는 믿음을 받은 그 학생 그룹은, 선생님으로부터 잘할 것이라는 기대를 저버리지 않기 위해 더 집중한 결과일 것이다. 이것이 바로 전형적인 ‘피그말리온 효과’다.

‘잘할 것’이라는 말을 들은 경우, 실제로 그렇게 되기 위해, 그 조건과 수준에 맞는 행동을 하고자 노력하게 된다. 이는 자신에게 ‘잘할 것’이라고 말해주는 그 사람의 기대에 충족하기 위해서일 것이다. 따라서 좋은 ‘말’이 가져다주는 좋은 결과에 대한 믿음으로, 결국 ‘말이 씨가 된다’는 ‘피그말리온 효과’를 기억하며 살아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