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찬곤 칼럼 / '말 공부'
“허물이 부끄러운 게 아니라 허물을 고칠 줄 모르는 게 부끄럽다.” 이 말은 ‘다산의 마지막 습관’이라는 책(조윤제 지음, 청림출판)에서 ‘말 공부’가 필요하다는 주제의 첫머리에 나온다.
그 책에 따르면, 공자의 제자가 ‘인(仁)’이 무엇인가를 묻자, 공자는 “인(仁)한 사람은 ‘말’을 신중하게 한다”라고 대답했다. 인(仁)에 대한 거창한 설명을 기다렸던 그 제자가 “말하는 것만 조심하면 곧 그 사람을 인(仁)하다 할 수 있습니까?”라고 재차 묻자, 공자는 “실천하는 것이 어려우니 말하는 것을 조심하지 않을 수 없다” 하였다. 그러니까 ‘말’을 본질로 하여야, ‘인(仁)’을 다룰 수 있다는 뜻이 된다. 말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한 것이다.
또 말을 신중하게 한다고 해서 반드시 훌륭한 사람이 되는 것은 아니겠지만, 훌륭한 사람은 반드시 말을 신중하게 하며, 말의 무게를 무겁게 여기는 사람은 그가 하는 말에 권위가 있다고 하였다. 말이라는 수단으로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주기는 쉽지만, 그 잘못을 솔직히 인정하기는 어려우니, 말이 가지는 비중은 실로 크다고도 강조하고 있다.
시중에 나와 있는 ‘말’과 관련된 책도 꽤 많다. ‘어른을 위한 말 공부(김여진 저)’는 단순히 ‘말을 잘하는 법’을 넘어, 말을 통해 자신을 단단히 세우고, 관계를 회복하며, 세상을 따뜻하게 바꾸는 법을 알려준다고 책의 서두에 쓰고 있다. 이 책에서 저자는 20년 넘게 아나운서이자 스피치 전문가, 대학 교수로 활동하며 수많은 무대와 방송·교육 현장에서 갈고닦은 경험을 바탕으로, ‘생각 근육’과 ‘말 근육’을 함께 단련하는 구체적인 훈련법을 제시하고 있다고 강조한다.
‘엄마의 말 공부(이임숙 저)’라는 책은, 부모의 나이나 성향에 상관없이 모든 아이에게 통하는 ‘엄마의 전문용어’를 담고 있다. 아이 마음 깊은 곳에 있는 진심을 건드리면서 아이를 스스로 성장할 계기를 제공하기 위한 핵심은 바로 ‘엄마의 말’이라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그래서 “아이를 둔 엄마라면 꼭 한 번은 읽어 봐야 할 소중한 책.”으로 시중에 화제가 되기도 했다.
‘어른의 말 공부(사이토 다카시 저)’라는 책에서는, 말로 적을 만들지 않는 어른의 말 공부 방법을 강조한다. 위로나 조언을 할 때 간결하면서 품격 있게 말하는 사람이 있고, 안 해도 될 말을 굳이 꺼내서 분위기를 망치는 사람이 있음을 예로 들면서, 모임에서 부드럽게 분위기를 이끄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어색함을 참지 못하고 아무 말이나 내뱉고 뒤돌아서 후회하는 사람이 있다고 하였다. 결국 똑같은 말을 하더라도 일과 관계가 술술 풀리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쉽게 미움을 받게 되고 오해를 사게 되는 사람이 있다면서, 그 차이는 바로 ‘말’ 때문이라 주장하고 있다.
‘2500년 인문 고전에서 찾은 말 공부(조윤제 저)’ 책에서는, 단순히 기술이나 재주로 말을 배우려 하면 금세 밑천이 드러나고 만다고 하면서, 내면의 힘과 지혜를 길러야 비로소 제대로 말을 잘하게 되는 것이라고 하였다. 이 책은 논어·맹자·장자 등의 철학서, 사기 등의 역사서를 비롯한 다양한 고전에서 찾아낸 현자와 영웅들의 대화를 사례로 들고 있다.
이와 같은 ‘말 공부’와 관련하여 생각해 볼 문제가 있다. 지금까지의 ‘말 공부’는 ‘말에 관한 공부’라는 개념으로, 말의 중요성을 알고 남에게 제대로 된 말을 하자는 취지지만, ‘표준국어대사전’에 수록된 ‘말공부’라는 단어의 뜻은 사뭇 다르다. 거기서는 “실천은 하지 않고 쓸데없이 헛된 이야기만을 일삼음. 또는 그 말”이라고 되어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써먹지 못할 지식은 속이 텅 빈 ‘말공부’나 마찬가지다.”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위에 소개한 책들은 이런 사전적 의미와는 전혀 다른 차원인 셈이다.
어쨌든 ‘말 공부’라는 표현은 문맥에 따라 다르게 쓰일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말(언어)’을 공부하는 것, 즉 말을 잘하기 위한 공부 또는 언어 표현 능력을 기르는 공부를 뜻하는 것으로 많이 해석되고 있다. 언어 자체를 배우는 공부도 ‘말 공부’이고, 화법 등의 말하기 능력을 기르는 공부도 ‘말 공부’이며, 일상적인 대화 능력이나 표현 훈련도 ‘말 공부’로 받아들이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말 공부’를 게을리하지 않아야 하겠다. 사전적 의미의 ‘실천하지 않는 헛된 이야기’인 ‘말공부’는 절대 하지 않아야 할 것이며, 우리의 말 습관을 점검하고 다른 사람과의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말 공부’는 더 열심히 해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