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영숙 / 남산기독교종합사회복지관장
          심영숙 / 남산기독교종합사회복지관장

2023년 봄, 새 학기가 시작되었을 때였습니다.

세간의 주목을 받는 인물이 있었습니다.

“지선아 사랑해”의 주인공 이지선 교수 이야기입니다. 23살 때 교통사고로 온몸의 55%를 화상을 입고, 40번이 넘는 수술을 하였다고 합니다. 그 후 재활하여 그해 봄, 졸업 후 23년 만에 모교인 이화여대 교수로 발령을 받으면서 연일 매스컴의 세례를 받고 계시는 분이었습니다. 어느 날 다 뭉그러진 자신의, 몸을 보게 되면서 “엄마! 내 몸과 엄마 몸 바꿔 줄 수 있어?”라는 질문을 했다고 합니다. 어머니의 대답은 “할 수만 있다면 천 번이고 만 번이고 바꾸어 줄 수 있다고”

감히 비교할 수는 없지만 같은 23살에 교통사고를 만났습니다. 지금은 제 곁에 계시지 않지만, 엄마가 생각났습니다. “내가 너 때문에 흘린 눈물을 막았으면 바다를 만들었을 거라고, 내 다리를 주어서 걸을 수 있다면 백번이고 천 번이고 주겠다고” 하신 우리 엄마가 보고 싶었습니다.

요즘 저는 그녀가 발간 한 책 「꽤 괜찮은 해피엔딩」을 읽고 있습니다.

“살아남았다. 그래서 슬펐던 날도 있었고, 살아남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살았던 날도 있었다~~~ 나 자신을 부정하고 싶던 시간에도 내 곁을 지켜준 고마운 사람들 덕분에 깜깜한 동굴에서 멈추어 서지 않고 매일 하루씩만큼은 걸어 나와 이제 인생은 동굴이 아니라 터널이라고 말하며 꽤 괜찮은 해피엔딩을 향해 살아가고 있다”

무슨 말을 하는지 작가의 마음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아마 비슷한 아픔을 견뎌 왔기 때문인 거 같습니다. 도무지 앞이 보이지 않았을 때, 여기가 끝이라고 생각되었을 때도 매일 조금씩은 터널 밖으로 걸어왔기에 오늘을 만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그렇습니다. 고마운 사람들 덕분에 지금만큼 살아왔습니다.

한참, 힘들 때 죽을 고비를 넘고 넘어 그만 삶을 포기하고 싶었을 때, 직장을 그만두고 싶었을 때, 아무도 모르는 어디론가 도망가고 싶었을 때, 수많은 역경 속에서도 지금만큼 살아올 수 있었던 것은, 어느 날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속에 갇혀 있는 양이나 염소처럼 빽빽이 둘러놓은 말뚝과 그물망 때문에, 도망갈 수 없는 가축처럼 내 주변에 나를 향해 쏟아주시는 많은 분의 관심과 사랑이 말뚝과 그물망으로 둘러싸여 있었습니다. 그분들께 도저히 사랑의 배신을 할 수 없어 버티고 또 버틸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 사랑의 말뚝이, 지금의 나를 만들어 주었는데 아마 이지선 교수도 그렇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새해가 밝았습니다.

또 다른 많은 계획과 설렘 속에 힘차게 출발해 봅니다.

덤으로 받은 삶, 아끼고 사랑하면서 살아야겠습니다.

사고 났을 때 모두가 끝이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모교인 대학에서 젊은 인재들을 양성하고 있는 이지선 교수처럼 우리 모두도 꽤 괜찮은 해피엔딩을 위해 또 한해를 알차게 만들어 가야겠습니다.

누군가는 그렇게 말했습니다. 「우리 앞에 놓인 문제들이 난마 같아도, 삶은 정직하게 걸어야만 종착점에 닿을 수 있는 운명의 대륙이라고요.」

저작권자 © 뉴스메이트(newsmat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