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영미 / 프리랜서 강사
                                    윤영미 / 프리랜서 강사

5월 15일, 이날은 ‘스승의날’로, 스승의 은혜에 보답하자는 뜻을 담고 있다. 그런데 왜 하필 365일 중에 ‘5월 15일’로 정해졌을까. 그 이유는 세종대왕이 태어나신 날이기 때문이라 한다. 우리나라의 스승으로 손색이 없는 세종대왕 탄신에서 따왔다는 의미다. 세종대왕이 한글을 만들어 전국 온 백성에 가르침을 준 공로로 지금까지 존경받는 것처럼, 학생을 가르치는 스승이 세종대왕처럼 존경받는 시대가 되었으면 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스승의날’이 처음부터 5월 15일로 정해진 것은 아니었다. 관련된 자료를 찾아보니, 원래는 충청남도 논산시 강경읍에 있는 ‘강경여자고등학교’에서 청소년적십자(RCY) 단원들이 세계 적십자의 날인 5월 8일을 맞아 자신의 스승을 찾아간 것이 시초가 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이날이 어버이날과 겹치므로, 일주일 후인 세종대왕 탄신을 기념일로 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최근 ‘스승의날’에 대해 현장의 선생님들이 불편하다거나 서글픔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필자도 학생들에게 강의하는 사람으로 오히려 이날이 불편하다고 느낄 때가 있다. 그런 마음 한가운데는 ‘교권’에 대한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한 조사 내용을 보면, 지난해 교사들이 교권 침해를 신고하여 교육청에서 열린 교권보호위원회는 총 4,234건이었다고 한다. 그 핵심 내용은 지도 불응(29.3%), 명예훼손(24.6%), 상해·폭행(12.2%), 성적 굴욕감을 주는 행위(7.7%), 불법 촬영·녹음(2.9%) 등 심각한 수준이다.

그러고 보니 ‘스승의날’은 이제는 그 은혜를 기리는 날만은 아닌 것 같다. ‘서이초등학교 사건’이나 며칠 전의 ‘제주도 교사 사망사건’도 있었다. 소위 ‘교권 보호 5법’도 만들어졌다고 하지만, 요즈음 선생님들의 사기 저하는 끝 모르게 추락하고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그래서 현장에서 겪는 스승의날에 대한 선생님들의 고민을 덜어 주기 위한 노력이 현실적으로 필요할 때라고 생각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스승의 은혜를 되새기자는 뜻에서 정한 ‘스승의날’이 반갑지 않다는 선생님의 의견이 이해가 된다. 그래서 어떤 학교는 ‘스승의날’ 행사를 축소하기도 하지만, 아예 이날을 폐지하거나 ‘재량수업’이라는 명분으로 수업을 중단하는 경우가 많다. 이와 관련하여 때마침 어느 교사의 말이 인터넷에서 크게 주목받았다. “스승이라는 입장에서 선물을 받아도 기분 나쁘지 않게 돌려줄 방법을 고민해야 하고, 받지 않으면 괜히 주는 사람의 마음이 상할까 걱정하게 되니 차라리 휴업하는 편이 좋다”라고 했기 때문이다.

이날 학교에 나온 선생님도 기분이 좋지 않긴 마찬가지라고 한다. 어느 지역의 한 초등학교 선생님은 “스승의날에도 교실에서 큰 소리로 싸우는 학생들과 한바탕 씨름하고 나면, ‘스승의날’이고 뭐고 그냥 쉬고 싶다”는 것이다. 또 다른 교사는 “모르는 번호로 ‘몇 년 전 제자’라고 밝힌 학생이 문자메시지로 연락을 해 오면, 누군지 몰라서 미안한 마음보다 내 번호를 어떻게 안 건지가 겁부터 난다”고 하였다.

얼마 전에는 이런 ‘스승의날’을 아예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그런 주장을 하는 사람이 다름 아닌 선생님들이라는 사실에 크게 시선을 모았다. 교사들 모임인 커뮤니티에서 “우리도 이제 ‘스승의날’ 없애고 다른 대체제를 찾을 때가 되지 않았나요?”라는 글이 올라오고 난 즉시 이에 공감하는 취지의 댓글이 수십 개 달렸다는 것이다.

이런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필자는 ‘스승의날’을 원래의 취지에 맞게 올바르게 정립하자고 주장하고 싶다. 선생님들의 가르치는 일 외의 업무 강도는 매년 줄어들지 않고 있고, 학부모의 자기 아이 중심의 민원이 끊이지 않으며, 다른 직종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보수 등은 선생님의 교육적 사명감을 낮추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고 생각된다. 그렇다면 이런 분위기를 너나 할 것 없이 고쳐가도록 우리 모두 힘을 모아야 한다. 스승이 존경받는 사회가 곧 행복한 사회가 되는 지름길이기 때문이다.

필자는 학기 초에 딸의 담임 선생님께 손 편지를 썼다. 돈으로 산 선물이 아니라, 정성을 들여 필자의 딸을 가르치는 고마움을 표현하고자 선택한 방법이었다. 즉시 답장을 보내주셨다. 필자의 마음보다 더욱 제자를 사랑하는 마음이 묻은 감동적인 글이었다. 이렇게 숨어있는 스승다운 스승이 우리 사회에는 많이 존재하고 있음을 깨닫는 순간이었다.

소수의 예외적 부작용이 있다고 스승의날 전체의 좋은 뜻을 부정해서는 안 된다. 스승의날은 당연히 존재해야 하며, 스승의 가르침은 우리 사회의 햇빛임을 잊지 말자고 주장하고 싶다. 그래서 “선생님은 많아도 스승이 없다거나 학생은 많아도 제자가 없다”는 일부의 편견을 없애고, 선생님들을 존경하는 사회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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