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어느 일간지에 소개된 ‘초등학교 운동회’가 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받았다. 어느 초등학교에서 100여 명의 아이들이 운동회를 하기 전에 주변 아파트에 사는 주민에게 “죄송합니다. 오늘 저희들 조금만 놀게요. 감사합니다.”라고 큰 소리로 외쳤다는 내용이다. 운동회를 하게 되면 저절로 시끄러운 소리가 날 테니, 이해해 달라고 미리 양해를 구하는 행동이었다.
그 운동회에 참석한 한 아이의 부모는, 그 운동회에서는 노래 한 곡 틀지 않고 마이크 볼륨도 높이지 않은 채 오전 9시부터 2시간 40분 정도 실시 했다고 하면서, 마음껏 소리 한번 지르지 못하는 요즘의 ‘초등학교 운동회’가 안타깝다고 하였다. 아파트 밀집 지역의 학교들은, 아이들 함성이나 응원 소리로 인한 민원이 많으므로, 운동회나 체육대회를 열려면 주민의 눈치를 봐야 한다는 현실을 아이들이 고스란히 감당하고 있는 셈이다. 그러니까 운동회는 짧은 시간에, 조용히 치러야 하는 행사가 되어 버린 것이다.
또 얼마 전 외국의 비슷한 사례가 소개되기도 했다. 일본에서는 “공원에서 노는 아이들 목소리가 시끄럽다”는 민원 때문에 2023년 공원을 철거하는 일까지 발생했다고 한다. 이런 결정은 일본의 사회적 논란거리로 크게 번졌다. 당시 정부 책임자는 국회에서 “어린이들의 목소리는 소음이 아니다”라고 하면서, 법에서 명시한 ‘소음’이라는 개념에 어린이 목소리는 제외하였다.
독일의 경우, 아이들의 ‘떠들 권리’를 별도로 인정했다. 그 나라는 법적으로 ‘조용해야 하는 시간을 엄격하게 정하여, 교회 종소리나 구급차 사이렌 소리 등은 예외로 하되, 평일 야간과 일요일은 하루 종일 이웃을 방해할 정도의 소음을 낼 경우 벌금을 물렸다고 한다. 그러나 아이들 소음 민원이 연간 수백 건 들어오고 일부는 법적 소송으로까지 비화하자, 아이들이 내는 소리는 소음으로 분류하지 않는 조례를 만들기도 했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아이들 노는 소리’에 대한 규정이 별도로 없다. 그래서인지 운동회와 관련한 민원은 빈번하다고 한다. 한 자료에 따르면, 작년에 서울의 한 초등학교 운동회 날에는, 이웃한 빌딩에서 소음에 항의하며 경찰에 신고하는 일이 있었다고 한다. 2022년 전북 전주와 2019년 대전의 한 초등학교에선 인근 아파트 주민의 민원 때문에 운동회를 예정보다 크게 줄여서 치른 사례도 있다고 한다. 사정이 이러하다 보니 아예 운동회를 하지 않거나, 여러 학교가 모여 아주 작은 규모의 연합 운동회를 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한다. 물론 전교생이 얼마 되지 않은 이유도 있지만 주변의 소음에 대한 민원이 한몫을 차지하는 까닭이다.
‘소음’은 듣기 좋은 소리는 아니다. 일반적으로는 불쾌하고 시끄러운 소리를 의미한다. 소음진동관리법에 따른 ‘소음’이란 ‘기계·기구·시설, 그 밖의 물체의 사용 또는 환경부령으로 정하는 사람의 활동으로 인하여 발생하는 강한 소리’로 규정하고 있다. 또 의학적으로는 귀, 고막에 무리를 주며, 이차적으로 사람에게 스트레스 반응을 유발하기 때문에 난청, 이명을 시작으로 하여 고혈압, 정신적 장애 등 수많은 질병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그 정의야 어떠하든 소음에 대한 평가는 주관적이기 때문에 다른 사람에게는 듣기 좋은 소리가 자신에게는 소음이라거나, 그 반대의 경우도 얼마든지 존재한다. 소음 공포증 환자들은 오토바이만 지나가도 심장이 뛰어 그 소리를 못 버티는 경우가 있고, 반면에 시끄러운 클럽의 소음을 즐기는 사람도 있는 것이다.
그런데 ‘백색소음’이라는 것도 있다. 전체적으로 균등하고 일정한 주파수를 가진 소음으로 정의하는데, 귀에 쉽게 익숙해져 별다른 피해를 주지 않는 것이 특징이며, 다른 소음을 차단하여 집중력 향상 및 심신 안정에 좋은 효과를 준다고 한다. ‘흰빛’과 같은 형태의 주파수 형태를 띠기 때문에 ‘백색소음’, ‘백색 잡음’, ‘화이트 노이즈’라고도 불리고 있다.
우리의 일상생활은 소음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는 없다. 약간의 소리 속에 살아가는 것이 어쩌면 인간의 자연스러운 환경이다. 어떤 이는, 소리에서 완전히 벗어난다면 그것이 곧 ‘완벽한 고립’이 되어 좋지 않은 삶이 된다고 역설하기도 하였다. 혼자 사는 사람들은 절대적 무음이 가끔 두렵다고 하는 것과 상통한다. 그래서 라디오를 틀어둔다거나 하여 소음 자체가 주는 마음의 평안을 즐긴다.
초등학교 운동회에서 나오는 ‘아이들 소리’가 비록 시끄럽게 느껴지더라도 그것이 주는 마음의 평안을 느낄 수 있는 여유가 절실해 보이는 요즘이다. 그 소리는 ‘소음’이 아니어야 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