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잠을 잘못 잔다고 하소연하는 사람들을 종종 본다. 열대야 때문도 아니고, 무슨 걱정거리가 있어서도 아닌데, 잠을 깊이 못 잔다거나 자다가도 중간에 깨는 경우가 있다고 하며 나름대로 고통을 호소한다. 필자도 잠이 항상 부족하지만, 이런저런 일을 다 마치고 나면 자정에 가깝고, 아침에는 아이들 등교 때문에, 일찍 일어나야 하는 이유지만 어쨌든 잠이 충분하지 않다고 느끼는 날이 부쩍 많아졌다.
어떤 날은 다음날 있을 수업 준비를 하느라 새벽에야 겨우 잠을 청할 때도 있는데, 그다음 날은 하루 종일 피곤하여 수업 효율이 떨어지는 체험을 한다. 그러고 보니 잠은 확실히 필요한 생활 에너지원임이 분명하다.
‘잠’의 사전적 해석은 이렇다. “‘잠’은 눈이 감기고 대부분의 의식 활동이 정지되는 상태로서, 거의 모든 척추동물이 이 행동을 한다. 이때 맥박과 호흡 등 생명 유지에 필요한 최소한의 활동을 제외한 모든 신체 활동이 휴면에 들어가고 무방비한 상태가 된다.”
이런 해석만으로 ‘잠’을 완전히 설명할 수는 없을 듯하다. 또 과학이 발전하면서 사람의 뇌에 관한 연구와 더불어 ‘잠’과 관련한 많은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지만, ‘잠’을 자는 이유 및 기능에는 여러 가지 가설이 있을 뿐이라는 것이 현실이다. 그만큼 ‘잠’은 잘 풀어지지 않는 수수께끼 같은 것으로 생각된다.
지금까지의 ‘잠’에 대한 글을 보면, ‘잠’은 주로 신체 활동의 중지를 통한 피로 해소가 목적이니만큼 덜 자면 피로 해소가 적게 된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신체는 에너지를 지속적으로 소비하면서 그 기능이 떨어지게 되는데, 이것이 바로 ‘피로’라고 하는 것이다. 그래서 ‘잠’을 자는 동안에는 생명 유지에 필수적인 기관을 제외하고는 신체가 일을 쉴 수 있는데, 이때 ‘잠’을 충분히 자지 않으면 ‘피로’하고 ‘잠’을 푹 자면 ‘피로’가 풀린다는 사실은 경험적으로 우리가 증명하고 있는 내용이다.
그런데 최근에는 ‘잠’을 잘 이루지 못한다는 사람은 그 원인을 ‘커피’로 돌리는 경우가 많다. 동네 어디를 가도 커피집이 많고, 또 커피를 즐기는 문화 속에 살다 보니 자연히 커피를 마실 기회가 많아진 것이 사실이다. 필자 역시 기회가 있을 때면 주로 카페에서 커피를 즐긴다. 직장인들이 점심 후, ‘테이크아웃’ 커피잔을 들고 사무실로 향하는 모습은 이제 우리에게 낯선 분위기가 아니다.
어느 글에서는, 우리나라 많은 사람들이 ‘잠’과 관련하여 어떤 고통을 겪고 있다고 하면서, 그 원인 중의 하나를 ‘커피’로 본다고 하였다. 또 성별, 연령에 따른 차이도 있다고 하였는데, 남성은 수면의 ‘시간’ 부족을, 여성은 수면 자체의 ‘장애’를 호소한다고 하였다. 연령에 따라서는, 젊은 층에서는 수면 ‘시간’ 부족을, 고령층에선 수면 ‘장애’를 더 경험하고 있다고도 하였다. 특히 50~60대 상당수는 수면 부족과 장애를 동시에 겪고 있다고 하였다.
어쨌든 많은 사람들이 ‘잠’과 관련해서는 개운한 기분이 드는 경우가 드문 듯하다. 현재 우리나라에 광고되고 있는 잠과 관련한 상품 중에, 오죽하면 ‘마약’ 베개, ‘기절’ 베개, ‘요술’ 베개라는 낱말이 필요할까 싶기도 하다. ‘잠’을 못 자는 사람들의 시선을 끈다는 것이 목적이라고는 해도 ‘마약’이나 ‘기절’은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는 바람직한 광고 문구라는 확신은 들지 않는다.
잠자는 시간에 대한 글도 찾아보았다. 우리나라 수면 시간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보다 18% 부족하다고 한다. ‘대한수면연구학회’가 ‘2024년 수면 실태 보고서’를 발표한 결과에 따른 것이다. 잠자리에 들어서 20분 안에 잠들어야 정상이라고 하지만, 수면의 질이나 양에 만족하는 비율은 세계 평균의 약 75% 정도이고, 매일 숙면하는 비율은 7%로, 글로벌 평균(13%)의 절반이라고 한다. 게다가 수면 장애와 불면증으로 진료받은 환자는 2010년 약 27만 8천 명에서 최근 약 67만 8 천명으로 늘었다고 한다.
‘잠’ 부족은 단순한 ‘잠자는 시간’의 부족이라는 차원이 아니다. ‘잠’이 부족함으로써 국가의 생산성 감소라는 문제가 생기고, 면역 저하로 인한 질병 부담뿐만 아니라 결과적으로 나라의 경제적 손실로 이어진다. 우리 삶의 3분의 1은 ‘잠’이라는 말이 있듯이, 하루 24시간 중 ‘잠’이 8시간을 차지한다. 적어도 8시간은 자야 한다는 상식이 들어있다. ‘잠’은 우리 생활의 의식주 못지않게 삶의 질에 많은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가끔 너무 피곤해 빨리 잠들고 싶지만 바로 잠자기에는 상황이 녹록지 않을 때가 많을 수도 있다. 늦은 밤에 보는 드라마나 먹방은 잠의 ‘골든타임’을 놓치게 하고, 낮에 자신의 수용량보다 많은 ‘커피’를 마셨을 경우도 있고, ‘잠’이 오지 않는다고 열대야에 술을 마신다면 더욱 그럴 것이다.
대수롭지 않게 생각할 ‘잠’이 아니다. 바쁜 일상에서도 ‘잠’을 잘 자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하지 말아야 한다. 삶의 질 향상을 위해 노력해야 할 현대인의 필수 요소이기 때문이다.